화농성 한선염(종기)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시기에 정강이와 무릎에 표피 낭종이 크게 생겨서 제거 수술을 받았었습니다.
그 이후로 성인이 될 때까지 종기와는 별 인연이 없었기에 잠깐 그러고 넘겼던 것 같습니다.
20살이 되어 대학교를 다닐 때 사타구니에 종기가 크게 났습니다.
부위가 부위이다보니 남에게 말하기도, 쉬이 병원에 갈 생각이 들지 않더라고요.
학교 기숙사에서 참고 버티다가 결국 고열과 오한이 왔습니다.
진짜 병원 안 가면 죽을 것 같아서 친구한테 SOS를 보내고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 가니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냐며 급하게 수술실에 들어가서 배농하고 입원 치료를 받았습니다.
갑작스레 수술과 입원을 한터라 속옷도 없어서 친구가 다 사다 주었습니다.
뜬금없지만 그때 도와준 친구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같은 부위에 종기가 여러 차례 재발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1살이 되어 군대를 갔고 종기는 군대에도 따라왔습니다.
이번에는 엉덩이까지 침투해서 사타구니와 엉덩이 두 군데에 자리 잡았습니다.
일이등병일 때는 남몰래 고름을 짜내었고 짬이 어느 정도 찼을 때부터는 외진을 나갔습니다.
엉덩이 종기가 커질 때면 근무 서기가 정말 고통스러웠지만 그래도 어찌저찌 잘 참고 전역했습니다.
전역하니 22살이 되었고 금방 23살이 되었습니다.
아마 23살이었던 해에 종기가 사타구니, 엉덩이에 3개 정도 크게 생겨서 이번엔 큰 병원에서 아예 종기 뿌리를 제거해 버리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아마 대학교 졸업할 때쯤? 그러니까 26살쯤?부터 엉덩이에 스멀스멀 다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이르러서 종기가 있는 부위는 오른쪽 귀에 1개, 오른쪽 엉덩이에 크게 1개, 뒤통수에 1개 이렇게 있는 것 같네요.
한 번 종기가 났던 위치는 배농을 했더라도 나중에 다시 부풀어 오르는 식으로 반복하거나 새로운 포인트에 생깁니다.
흔히 안 씻어서 생긴다, 살쪄서 생긴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나는 이런 종기가 많이 나는 체질을 타고났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여태 살았는데 사실 병명이 있는 병이었더라고요.
심지어 국내에 8천 명 정도(0.1%) 밖에 없는 희귀병.
이 병에 대한 설명을 보는 순간 '아... 나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거였구나'라고 깨닫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병을 본인이 자각하는데 평균 7~8년이 걸린다고도 하더라구요.
정말 불행하게도 이 병은 완치가 없다고 하네요.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FT아일랜드의 '이홍기'님도 이 병을 앓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화농성 한선염 인식 개선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시고 여러 영상을 봤는데 정말 고통 많이 받으셨더라고요.
보면서 많은 공감이 되었습니다.
관련된 여러 영상을 보다가 분당차병원의 '이희정' 교수님의 PT를 봤는데 치료에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분당차병원에 진료 예약을 하려고 하니 올해 진료 예약이 끝났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8월인데 허허,,,,
화농성 한선염을 다루는 다른 전문의를 찾아보고 예약을 하려고 하니 거기도 올해 예약이 끝나버려서... 난감해졌습니다.
종기 때문에 2~3달 주기로 피부과를 찾고 있네요.
이게 삶의 질을 현저히 낮추고 고통은 이루 말할 것도 없습니다...
혹시 이와 관련한 질환을 잘 알고 있거나 치료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댓글 부탁드립니다!